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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향가의 내용과 작품세계

by 정보공유장인 2023. 1. 19.

 향가는 불교가 들어오기 이전부터 민족어 시가로서 당대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우리 민족의 생활에 깊이 뿌리박고 있었다. 향가 가운데 가장 세련된 형식과 서정세계를 보여준 사뇌가가 문헌상으로 이미 유리왕대부터 확인되는 터이다. 그렇지만 향가가 본격적으로 한단계 신장, 상승할 수 있었던 까닭은 불교, 특히 대승불교의 유입이 계기였을 개연성이 크다. 대승불교를 접함으로써 비로소 당대 지식인들은 타인의 고통과 사회모순에 눈뜨고 사회적 실천에 나서게 되었고, 그러한 실천과정 속에서 자아와 세계에 대한 이해가 한층 깊어지고 성숙함으로써 새로운 노래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행귀가 향가의 역사를 더듬으면서, 마사, 문칙, 체원이라는 승려가 '허공 속에 전아한 노래를 새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던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대승불교의 유입과 더불어 신라인들이 어떤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는지, 우리는 그 실마리를 '혜성가'를 통해서 찾아볼 수 있다.

 '혜성가'는 진평왕대에 융천사가 지었다고 전해진다. 이 노래는 보통 주술가요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 이 노래를 떠받치고 있는 사유는 대승불교의 핵심개념인 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노래에 따르면, 옛날 동해 바닷가 파수꾼이 신기루를 보고 왜군이 나타났다고 소란을 피운 것처럼 혜성도 하나의 꿈 같은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신기루와 달리 혜성은 하늘에 실제 존재한다. 그러나 문제는 혜성을 혜성으로 만드는 것, 즉 그것을 결정적으로 만드는 것은 강박증에 가까운 사람들의 두려움과 집착이다. 그런 점에서 혜성은 환영이요 꿈이라고 할 수 있다. 환영이 꿈이라면 그것은 허망하고 무의미해서가 아니라, 환영을 만드는 사람들의 공포와 욕망, 즉 마음의 작용 때문이다. 그것이 환영이라는 이름에 값하는 것은 그 욕망이나 마음이 무상한만큼 그 현실성도 유효성도 무상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혜성가'는 이처럼 고통에서의 해방을 주술이 아닌 실존의 문제로 이해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이처럼 모든 것을 마음의 문제로 환원하는 것은, 사회적 고통에 대한 문제의식이 아직 부족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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