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리뷰

통일신라의 문화 전성기

by 정보공유장인 2023. 1. 24.

 통일신라에서는 728년 당에 정식으로 유학생을 파견한 것을 계기로 유학열기가 고조되었다. 837년에는 유학생 수가 216명에 이르렀으며, 외국인을 위해 설치한 당의 빈공과에서는 821년 김운경을 시작으로 당이 멸망할 때까지 58년의 급제자가 배출되었다. 이들 빈공제자들의 한시문학을 통해 신라 한문학은 한층 성숙한 단계로 진입하였다. 김운경, 김입지 등으로 대표되는 빈공제자의 시풍을 일률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최치원으로 대표되는 남북국시대 말기의 유미적 만당풍 시와는 거리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이들 빈공제자의 시인들은 중당시를 폭넓게 체험하고 당시인들과 활발히 교유하는 한편, 일본 한시집에 그들의 시작품이 수록될 정도로 국제적인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그동안 잠재해 있던 신라 한시문학이 꽃피어 풍성한 결실을 거두었으며, 그 발전과정에서 최치원으로 대표되는 9세기 후반 육두품 지식인들의 시적 성취가 두드려졌다.

 통일 이후 100여년에 걸친 신라 중대는 그 문화의 전성기였으며, 정치적으로는 왕권이 크게 강화된 시대였다. 이 가운데 강수는 유교경전을 전공하여 '효경', '곡례', '이아', '문선' 등을 공부했다. 삼국통일기의 대표적인 유학자, 문장가로서, 통일전쟁기에 조서 작성 등에서 크게 활약했으며, 외교문서 작성에 특히 뛰어나 대당 외교에 많은 공을 세웠다. 삼국통일을 전후로 국제 외교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가운데 국가의 공식입장으로서 적절한 외교문서의 작성은 기요한 것이었다. '삼국사기', '강수전'에서는, 당나라에 보내기 위해 지은 조서에 대해 "글이 솜씨가 있고 내용이 충분히 전달되었다"고 평한다. 요컨대 외교문서상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적실히 드러내는 한편 효과적으로 표현했다는 뜻이다. 또한 문무왕이 삼국통일의 과업을 달성한 공로자로 강수를 언급한 대목은 이시기 산문 창작의 공공적, 실용적 측면에 대한 인식을 짐작케 한다.

 삼국통일기 전후의 대표적 유학자 중 한 사람인 설총은 이두체계를 정비하고 후생의 교육에 힘썼다. 유학의 종사로 일컬어지는 그는 여러 작품을 남긴 듯한데, 현재 '화왕계'만이 전한다. '화왕계'는 왕을 풍간하기 위해 지은 우언으로, 정교한 대우범, 다수의 전고, 첩자와 첩운 등을 능란하게 구사했다. 4자와 6자를 기본으로 대구로 이루어진 변려체의 미감을 살리는 한편, 대구와 글자수에 얽매이지 않는 산문체의 특성을 적절하게 결합시켜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 작품은 완곡한 표현을 구사하면서, 당시 정치의 득실과 폐단을 암시, 권고, 질책하는 풍유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권계와 풍간의 뜻을 기탁하는 수법은 '시경'과 '이소'의 창작정신을 계승한 것으로, 전통적인 유가적 문학관의 소산이다. 그리고 우언을 통해 임금의 도리를 밝히려는 창작태도에는 산문의 창작행위를 도덕적, 정치적 이념과 결부시켜 파악하는 의식이 내재해 있다고 하겠다. 아울러 '화왕계'의 독특한 예술적 수법은 후대의 가전체소설, 즉 '화사', '화왕전' 등의 선구적 형태로 기억해야 할 것이다.

 8세기 전반 인물인 해초의 '왕오천축국전'은 완정한 형태로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고전작품으로, 우리나라 기행문학의 효시이다.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 지역을 여행하면서 견문한 것을 산문으로 기록했으며, 여행 도중에 느낀 감회를 한시로 노래하였다. '왕오천축국전'은 8세기 전반 인도 불교의 상황, 카슈미르, 파키스탄, 페르시아, 터키, 중앙아시아의 풍속과 지리, 역사를 알려주는 서역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이다. 기행문으로도 탁월할 뿐 아니라, 그 안에 삽입된 5수의 한시는 구도여행에 나선 해초의 감회와 내면 심리를 매우 뛰어난 품격으로 형상화했다.

 한편 7, 8세기는 전기산문이 크게 발달한 시기로, 김대문과 김장청이 주목된다. 김대문은 성덕왕 3년에 한산주 장관을 역임한 사실로 미루어 진골 출신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5종의 저술목록이 확인된다. 그 가운데 진위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던 '화랑세기'는 화랑의 세계와 생애를 모아놓았으며, '고승전'은 신라 역대 고승들의 행적을 기록한 전기산문의 대표적 저작이다. 그리고 김부식이 '삼국사기', '김유신 열전'을 편찬하면서 참조한 김장청의 '행록'은 김유신의 생애와 행적을 소상히 적은 것으로, 모두 10권의 방대한 분량이다.

댓글